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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력직으로 들어온 김대리가 열정이 없어 보여 걱정입니다. 주어진 업무만 할 뿐 주도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일에 달려들지 않아요. 다른 팀원들도 사람 잘못 뽑은 거 아니냐고 수군거리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일하는 회사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문제든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캐치하는 일이 우선이 돼야 할 텐데요. 앞서 설명한 김대리의 문제를 ‘열정 부족’으로만 판단을 내린다면 이는 합당한 걸까요?

 

이런 경우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라는 함정에 빠지기가 쉬운데요. 가령, 내가 길을 가다가 넘어지면 길바닥이 미끄러웠기 때문이고 다른 사람이 넘어지면 조심성 부족이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즉, 내 행동은 상황적 요인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은 기질적, 내재적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거죠. 

 

어쩌면 우리는 이 편향에 빠져 김대리를 섣불리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김대리에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적 요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예를 들어 이전 직장에서 했던 직무와 지금의 직무가 달라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도 있고, 대인관계 등을 비롯해 새 조직에 적응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김대리를 ‘열정 부족’으로만 몰아세운다면 김대리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일이 되겠죠. 

 

그럼, 어떻게 해야 편향에서 벗어나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요? 요즘 ‘국민 육아 멘토’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은영 박사에게서 그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 부모가 학교에서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오박사를 찾았습니다. 수저가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입을 꾹 닫고 있어서 보는 이들까지도 안타깝게 하는 사연이었는데요. 이 아이는 일종의 불안증세인 ‘선택적 함구증’을 겪고 있었습니다.  

 

오박사는 학교에서의 생활을 면밀히 살펴본 뒤 문제를 지적합니다. 그것은 놀랍게도 바로 친구들과 선생님이었는데요. 철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친구들과 선생님은 '끄덕끄덕', '도리도리' 등 고갯짓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질문만 했죠. 그리고 다른 사람이 철수에게 말을 걸면 철수를 대신해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오박사는 바로 이 점이 철수가 말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을 고착화시킨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철수가 입을 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열린 질문’을 친구들과 선생님이 자주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솔루션을 내렸습니다. 감탄할 만한 통찰이 돋보이는 솔루션을 내린 오박사의 비밀은 바로 ‘관찰’입니다. 전문가로서 통찰력을 발휘하기 전에 선입견 없이 행위자의 외부 상황을 두루 살펴보는 거죠. 

 

최근 MZ 세대의 잦은 퇴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MZ 세대는 ‘끈기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원하는 성장 욕구를 왜 충족시켜주지 못했는지, 조직 상황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점검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늘어난 '재택근무'에 대한 고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택근무를 하니 구성원들이 사무실 근무만큼 열심인 것 같지 않다고요? 업무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네트워크 연결은 원활한지, 비대면 소통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다각도로 살펴볼 일입니다. 


문제를 꿰뚫어보는 통찰은 관찰이 선행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관찰을 할 때는 행위자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외부 상황도 꼭 면밀히 봐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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