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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에 여행도 모임도 강의도 마치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습니다. 필자 역시 강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대면 강의 요청도 부쩍 줄어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우리네 삶이란 것이 예측할 수 없는 일이지만 너무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지난 5개월 동안 주변 환경을 탓하기도 때로는 제 자신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행동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강의가 없다는 '상실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즉, 삶을 바라보는 프레임(frame)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상실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상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상실'이라는 단어를 거꾸로 읽으면 '실상'이 됩니다. 실상이란, 실제의 상태나 모습을 말합니다. 

앞만 보며 바쁘게 살다가 우연히 찾아온 상실 속에서 진정한 내면의 모습인 실상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실상과 마주하게 되니 살면서 놓친 것들,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것들이 하나둘씩 제 가슴속에 파고들면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상실'이 제 삶의 '실상'을 알려준 것은 바로 MTB 자전거입니다. 그동안 방치되었던 자전거 핸들을 무려 5년 만에 다시 잡게 된 것이죠. 바퀴에 공기를 불어 넣고 핸들, 인장, 페달을 만지작거리며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좀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 관심을 빼앗아간 곳은 정원입니다. 바쁠 때 그냥 스쳐 지나갔던 정원에 눈길을 두면서 내친김에 상추 모종을 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삶의 초점이 변하고 조금씩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상이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언제 멈추나요? 아플 때, 실연 당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때야 멈춥니다. 그리고 그 상실감 속에서 아주 깊게 실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황금보다 소금이, 소금보다 현금이, 현금보다 지금이 소중하다."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실상을 바라보게 되는 거죠.



여기 '삶의 멈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성직자가 건물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야기하던 중 원로 성직자가 말했습니다. "저기 빨간 자동차를 보세요. 이리저리 끼어들면서 좀 더 빨리 가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네요. 사거리에 신호등이 빨간불인데 빨리 가면 뭐 합니까” 이 말을 들은 젊은 성직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렇군요. 위에서 보면 다 보이는데 아래에서는 보질 못하는군요.”



혹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요? 앞은 정지신호인데 정작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무작정 속도에만 집중할 때가 있습니다. 삶에서는 때로는 빨간 신호등, 멈춤도 필요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멈춤으로써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두발로 걷는 것, 잠을 잘 수 있는 것, 가족이 곁에 있는 것 등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누구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러 갈 수 있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하루쯤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전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 이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휴비스 공식 블로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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