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 들으려면 김차장님처럼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요. 그게 쉽지가 않아요. 김차장님과 제 스타일은 너무 다르거든요. 김차장님은 뭐든 빨리 해치웁니다. 기획서를 만든다 치면 기존 자료들에서 쏙쏙 뽑아서 기똥차게 새 기획서를 만들어내요. 저는 일단 그라운드제로에서 고민을 해보고 어떻게든 기존과는 다른 기획을 해보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시간이 좀 많이 걸리고요. 저도 김차장님처럼 해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일하는 재미도 못 느끼겠고 또 잘 되지도 않아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조직에서는 “OO처럼만 해라”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됩니다. 고성과를 내는 롤모델을 명확히 정해서 다른 구성원들도 따르게끔 하는 거죠. 이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꽤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이미 성과를 잘 내고 있는 사람의 역량과 태도를 손쉽게 전파시켜 상향평준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피어 모델링(peer modeling)'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사례를 볼까요? K팝의 세계적인 인기의 비결은 바로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칼군무에 있는데요. K팝을 대표하는 그룹 BTS도 이런 점에서 크게 예외는 아니지만 특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민이라는 멤버죠. 지민은 다른 멤버들과는 춤선이 좀 다릅니다. ‘절도 있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군무’라는 말이 잘 들어맞지가 않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도 눈치챌 정도로 훨씬 부드러운 느낌의 춤선인데요.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는 연습생으로 발탁된 뒤 아이돌식 칼군무를 잘 못 춰서 데뷔를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는데요. 그런데 오히려 그는 그런 무용식 춤 스타일을 죽이기보다 더 살려냈습니다.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안무를 선보이는 건데요. 이 때문에 그는 최고의 K팝 남자 댄서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BTS를 더 매력적인 그룹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BTS의 지민은 피어 모델링이 아니라 '셀프 모델링(self-modeling)'을 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신만의 ‘고유함 (uniqueness)’,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구별할 수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무늬결을 살려서 전체 성과에 득이 되도록 만든 겁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들 각자의 ‘고유함’을 발견해서 팀의 성과에 기여되도록 할 수 있죠. 그런데 고유함을 어떻게 발견하냐고요?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됩니다. 1) 예외적으로 잘하는 일, 즉 내가 다른 일보다 더 잘하는 것 혹은 주위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2) 자연스럽게, 쉽게, 크게 수고하지 않아도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3) 보상이 없어도 하는 일, 즉 다른 사람에게 요청받지 않아도 돈을 받지 않아도 기꺼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 3가지 질문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확실한 ‘고유함’일 수 있습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셀프 모델링도 좋긴 한데 그럼 하나의 팀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것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하는 거죠. 사실 원팀이 되려면 피어 모델링이 필요한 영역이 있습니다. 공통 역량을 갖춰야 하는 부분, 핵심가치를 실천하는 부분, 그라운드룰을 준수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피어 모델링을 하면 효과적이죠. 이런 영역에서는 롤모델을 세워서 다 같이 얼라인되도록 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강점 기반의 역할 나누기, 변화와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내기, 새로운 시도하기 등의 영역에서는 셀프 모델링이 훨씬 효과적이겠죠?
처음에 언급된 구성원의 고민을 다시 봐볼까요? 기획서 작성은 어느 영역에 해당할까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영역이므로 셀프 모델링을 하는 것이 더 낫겠죠. 괜히 김차장님 업무 스타일대로 자신을 끼워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성과도 안나 오고 몰입감도 느끼기 힘들 테니까요.
OO처럼 못해서 속상해 하는 구성원, 그리고 OO처럼 하라고 닦달하는 리더가 있다면. 피어 모델링 할 일과 셀프 모델링을 할 일을 잘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기 바랍니다.
HSG휴먼솔루션그룹 조미나 소장, 김미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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