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되돌아보면 뿌듯할 줄 알았는데, 마음이 무겁기 그지없다. 하얗게 불태우고 난 뒤 재만 남은 느낌이다. 뭘 위해 그렇게 달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허망하기만 하다.’
2024년을 마무리 짓는 요즘, 혹시 이 같은 기분을 느끼는 분 있을까요?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본 감정일 수 있는데요. '번아웃'으로 익숙한 이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로 규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얼마 전 발간된 국내 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30대 직장인들은 다른 세대보다 번아웃과 우울감을 더 자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LG경제연구원 ‘경고등 켜진 한국 밀레니얼의 정신건강’).
조직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중간관리자급 구성원들이 번아웃 증상을 호소할 가능성이 꽤 높다니 우려가 큰데요. 번아웃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법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번아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살뜰히 위아래를 챙기면서 본인의 업무 성과도 빈틈없이 해 온 완벽주의자라면, 갑자기 무기력함이 찾아들었을 때 특히 더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요. 그러면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이런 감정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아’라는 생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애써 외면하려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럴수록 상황은 더 나빠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죠. 무기력함이 내 탓인 줄만 알고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발버둥 치는 대신 ‘변화의 시그널’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데요. 번아웃이 온 것은 ‘그 동안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한 경지를 넘어섰고, 이제 기존과 다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의 변화와 함께 '3가지 능동적 대처'를 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내 삶의 밸런스를 챙겨보는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 즉 라이프 어젠다를 들여다보는 거죠. 직업/사업뿐만 아니라 가족/친구 관계, 건강, 경제, 여가 등은 어느 것 하나 인생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인생의 축’들인데요. 자칫 하나의 어젠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때 ‘지금은 이럴 수밖에 없어’라는 말로 합리화를 하고 나머지 어젠다는 ‘무시’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나의 ‘온리원’ 어젠다에서 조그마한 상실감이라도 느끼게 되면 인생 전체가 무너진 것 같은 큰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장기적으로 보면 라이프 어젠다는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추고 있어야 하겠죠. 나를 지탱해 주는 축이 단 하나뿐 이라면 위태로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둘째, 과열을 멈출 수 있는 종료버튼을 만드는 것입니다. 라이프 어젠다를 균형 있게 챙기겠다고 플랜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에 과도하게 몰두하게 되고 그러면 또 균형을 놓치게 되는데요. 재택근무를 할 때 업무시간이 끝나도 계속해서 일을 하게 되는 부작용을 호소한 경우가 이런 상황인 거죠. 이럴 땐 나만의 종료버튼을 만들면 도움이 됩니다. 간단히 시간 알람을 맞춰놓는 것부터 임의로 공간을 옮겨보는 것까지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겠죠.
셋째, 에너지를 재충전 할 수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는 겁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평소 우쿨렐레 연주를 자주 즐긴다고 하는데요. 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배우 톰 행크스는 타자기로 글쓰기를 한다고 하죠. 타자기를 두드릴 때 손의 움직임과 타닥타닥 들리는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킨다고요. 긴장을 완화하고 심신의 에너지를 채워줄 나만의 활동은 무엇이 있을지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지세요.
지금 혹시 여러분도 번아웃을 느끼고 있으신가요? 무너진 균형을 되찾으라는 신호를 지혜롭게 처리해 나가는 여러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HSG휴먼솔루션그룹 조미나 소장, 김미진 팀장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