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신규 TFT에 인발브되어 있잖아요. 관련 부서가 많으니까 말도 많고…이리 갔다 저리 갔다…너무 힘들어요.”
“회사 일이 다 그런 거지 뭐. 그보다 더한 일도 많은데.”
선후배 사이에 흔히 있는 대화인데요. 말을 꺼낸 후배는 선배가 딱히 면박을 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기분이 썩 좋지가 않습니다. 왜일까요?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과거 수렵시대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그게 사람인지, 맹수인지 판단해서 맹수면 얼른 달아나야 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선배는 후배가 힘들다고 하는데 얘기를 더 묻지도 않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른바 ‘공감’을 하지 않은 건데요. 이 소소한 대화 하나로 후배는 서운함을 갖게 되고 ‘선배는 내 편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상대에게 내가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공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의 3단계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 단계, ‘인지적 공감(Awareness)’입니다.
영화를 볼 때 줄거리가 잘 이해되고 납득이 돼야 감명을 받을 수 있듯이 상대가 이야기하는 상황을 상세하게 이해를 해야 공감이 가능하겠죠. 그런 의미에서 인지는 공감을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장벽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나도 해봐서 아는데’라는 태도입니다. 내 경험이나 네 경험이나 다 비슷비슷하다고 여기고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려 하지 않는 거죠. 이는 자신이 얻은 경험이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진리라고 생각하는 '주관주의'의 함정에 빠진 겁니다. 공감을 하려면 너와 나의 두통이 같을 수 없듯 개인이 처한 상황과 감정은 다를 수 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호기심을 갖고 들어야 합니다. 단박에 이해가 안되면 “내가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겠죠.
두 번째 단계, ‘감정이입(Empathy)’입니다.
상황이 이해가 되면 자연스레 느껴지는 마음을 담담히 전달하면 되는데요. “그런 상황이었다면 정말 OO을 느꼈겠다”라고 감정을 읽어주는 겁니다. OO에 들어가는 것은 분노, 짜증, 당황스러움, 혼란 등이겠죠.
만약 이게 잘 안 된다면 ‘판단 강박증’ 때문일 수 있습니다. 상황은 다 이해했는데 상대가 느꼈을 감정보다 상황 판단 쪽으로 자꾸 머리가 돌아가는 거죠. “그 상황은 네가 좀 잘못 대처했네” 혹은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반응하는 일이 잦다면 판단을 내려놓고 상대의 감정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공감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실천적 공감(Compassion)’입니다.
사실 앞선 두 개의 단계, 즉 인지적 공감과 감정이입까지만 성공해도 ‘같은 편’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요. 이에 더해 ‘내가 너를 도와줄 의사가 있다’는 것까지 밝힌다면 확실히 도장을 찍게 되는 거겠죠. 나도 돕고 싶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공감은 해결보다는 ‘내 편’이라는 인식입니다.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태도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서 3단계에 따라 공감을 해볼까요? 첫째, 인지적 공감, “아, TFT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구나.” 둘째, 감정이입, “많이 답답하겠네.” 셋째, 실천적 공감,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하나 더. 공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입니다. 3단계를 공식처럼 외워서 말로만 하는 것은 공감이 아니라 공감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대도 다 눈치를 챌 수 밖에 없죠. 마지못해 하는 공감이 아니라 기꺼이 의지를 갖고 공감해주는 동료, 이제 그들은 ‘동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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