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는 직접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맡겼는데 너무 기대에 못 미치니까 그냥 내가 하게 되더라고요.”
후배에게 ‘권한위임’을 하려던 선배가 종종 하는 말입니다. 후배가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펼치도록 하려는 선배의 의도는 아주 좋았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팀빌딩을 위한 월례 정기모임을 진행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매달 주제를 잡아 장소, 액티비티 등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인데요. 이 일을 선배가 하다가 후배에게 넘겼습니다. 모임 날짜를 며칠 앞두고 어떻게 잘 돼가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아뿔사…” 너무 엉성한 거죠. 그래서 선배는 다시 본인이 의사결정권을 쥐고 후배에게는 지시받은 일만 하도록 했습니다. 권한위임을 철회한 겁니다.
예시로 든 상황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일입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요? 권한위임이 실패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소위 ‘케바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상황이 존재하죠. 하지만 성공적인 권한위임이 되는 조건은 몇 개로 추려질 수 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안나카레니나의 법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럼 행복한 권한위임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다음 3가지를 꼭 체크해봐야 합니다.
첫째, 맡길 만한 일인가?
“과감히 주셔야 하는 일은 자꾸 간섭하시고 반대로 본인이 하셔야 하는 일은 떠넘기시고…”
간혹 일을 맡은 후배가 이런 볼멘소리를 할 때가 있죠. 선배도 사실 헷갈립니다. 어떤 일을 위임하면 좋은지에 대해 정답은 없으니 말이죠. 그러면 어떡하면 좋을까요?
대개 일은 중요도와 시급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임원 보고와 같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은 선배가 직접 챙겨야겠죠. 일상적인 서류 작성과 같이 ‘급한데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은 후배에게 과감하게 위임한 뒤 사후보고를 하게 하면 됩니다.
또 현업 개선전략과 같이 ‘중요하지만 당장 급하지 않은 일’도 권한위임을 하면 좋겠죠. 지금까지 해오던 루틴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후배도 한껏 자율적으로 일을 해 볼 수 있으니까요. 이 때 선배는 코치의 역할을 하면서 후배를 육성시켜 나가면 됩니다.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은요? 이번 기회에 선배가 과감히 없애주는 것도 좋겠죠.
둘째, 맡길 만한 사람인가?
“열정이 없는지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겠다고 하니…”
권한위임을 하고 싶어도 후배가 원치 않는다고 선배는 하소연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권한위임을 하게 될 때는 후배의 역량 수준만 볼 때가 많은데요. 자발성의 수준을 꼭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후배가 업무에 임하는 태도를 잘 살펴보면 다음 5단계 중 어디에 해당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1단계-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2단계-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묻는다, 3단계-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반영해보려고 노력한다, 4단계-일부 영역에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고 정기적으로 보고한다, 5단계-자기 업무뿐 아니라 팀 내 일들에 관심을 갖고 자율적으로 일한다. 만약, 자발성 수준이 5단계에 해당된다면 과감하게 전권을 권한위임을 해도 되고, 아래 단계로 내려갈수록 위임할 수 있는 권한의 폭이 줄어들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맡길 때 제대로 맡겼나?
“다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지 않으셨나…” vs. “어느 정도 기본은 알 줄 알았는데…”
권한위임한 일의 결과를 두고 벌어지는 후배와 선배의 동상이몽입니다. 일을 맡길 때 선배가 범하는 오류 때문인데요. 바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고 후딱 맡겨버린 겁니다. 그럴 경우 그건 ‘자율’이 아니라 ‘방임’이 되는 거죠. 일이 다 끝나고 난 후 잔소리를 하면 권한위임을 안 한 것만 못한 상황이 되니 일을 맡길 때 가이드라인에 대해 알려주는 과정을 꼭 가져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이라고 하면 보통 1)기대하는 목표 및 결과, 2)핵심 전략, 3)역할과 책임, 4)공식/비공식 규칙, 5)활용가능 자원, 6)진척상황 측정 방법 등이 될 텐데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실패하지 않는 위임이 되려면 최소한 어떤 수준의 아웃풋을 원하는지(기대하는 목표 및 결과), 그리고 반드시 따라야 하는 우선순위는 무엇인지(공식/비공식 규칙)는 꼭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한을 움켜쥐면 선배도 후배도 힘들어집니다. 적절한 권한의 분배가 이뤄지면 선배는 더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부분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고, 후배는 ‘성장’을 하게 되며 팀 전체는 ‘성과’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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