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은행이 있죠.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돈을 보관하는 은행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또는 일반적인 은행이 아닌, 사람의 혈액을 보관하는 혈액 은행, 또는 정자를 보관하는 정자 은행도 있다는 거 다들 들어보셨나요?
그런데 아주 새로운 은행이 생겼다고 합니다. 2012년 미국 보스턴에 처음 설립된 이 은행은 바로 '대변 은행'인데요. 즉 건강한 대변을 보관하는 은행입니다.
이 '오픈바이옴(openbiom)'이라는 은행은 대변을 기증한 사람에게 약 40달러를 줍니다. 그런데 기증하고 싶다고 누구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대변만 기증할 수 있죠. 기증하는 사람은 질병이 없는 건강한 상태이어야 하고 체중도 정상이어야 하며 최근 항생제를 사용한 적이 없어야 합니다. 이러한 엄격한 조건에 맞는 건강한 대변만 골라 기증을 받습니다.
그럼 이 대변을 받아서 어디에 쓰는 것일까요?
다들 짐작하셨듯이 대변에 포함된 세균들을 연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대변 속에는 무수히 많은 세균들이 있죠. 사실 우리들은 너무 많은 세균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피부와 구강, 코와 귀에 살고 있는 세균들도 아주 많은데요.
그런데 그 어느 곳보다 많은 세균이 몰려있는 곳이 바로 대장 속에 있는 대변입니다. 대변에서 수분을 제외하고 나면 약 40%정도가 세균들 즉 미생물 덩어리인 것이죠.
그렇다면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와 미생물 중 어느 것이 더 많을까요? 사람의 세포 수는 현재까지 약 60조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생물의 숫자는 자그마치 100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한마디로 내 몸의 세포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세균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사실이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많은 미생물들의 종류에 따라서 우리의 건강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이고 많이 알려져 있는 연구가 뚱보균과 날씬균에 대한 것입니다.
2006년 워싱턴대학교에서 뚱뚱한 쥐와 마른 쥐의 대변을 채취한 후에 장에 아무런 균이 살고 있지 않은 실험용 무균 쥐들에게 그 두 가지의 대변을 각각 주입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양의 먹이를 먹이면서 관찰한 결과 뚱뚱한 쥐의 대변을 주입 받은 쥐가 마른 쥐의 대변을 주입 받은 쥐보다 체중이 2배나 더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함께 살고 있는 미생물들에 의해서 우리의 건강 상태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후 많은 과학자들이 미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수히 많은 미생물들이 다양한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 유전 정보 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미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 보다 약 100배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서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수 있는데, 그 질병들을 보면,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 아토피, 류머티스 관절염과 같은 면역성 질환, 또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과 암, 골다공증과 같은 노화와 관련된 질환, 또 우울증이나 자폐증 같은 정신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유익균이 풍부한 음식들을 많이 먹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발효음식들인데요. 예를 들면 김치, 된장, 치즈, 요거트와 같은 음식에는 유익균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이 주로 먹는 김치와 된장에는 아주 건강한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어서 매일 먹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즉, 식이섬유 섭취를 많이 해야 합니다.
주로 신선한 야채들입니다. 이러한 식이섬유들을 유산균이 많은 발효식품들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은 장의 세균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항생제를 남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항생제는 세균들을 망가뜨리는 대표적 물질입니다. 물론 항생제를 꼭 써야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과도한 항생제 사용은 세균들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 살아갈 수 없죠.
그런데 사람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미생물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늘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미생물의 존재를 잊지 말고 언제나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유지하시면서 더욱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