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는 늘 혁신을 말하고 도전을 강조하는데 막상 새로운 제안을 하면 반응이 부정적이에요. 실제 효과가 있을까, 현업에서 반발하지 않을까, 지금도 바쁜데 일을 더 늘리는 건 아닐까, 등과 같은 반응인데요. 이걸 여러 번 경험하다 보면 그냥 입 다물고 하던 대로 하게 된다니까요.”
구성원들이 자주 토로하는 불만인데요. 뭐가 문제일까요? 흔히 탓하게 되는 부분은 리더십이나 조직 문화입니다. 물론 리더가 지나치게 방어적일 수도 있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거절되는 모든 경우가 이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아이디어 자체가 너무 흐릿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은 돼야 한다는 거죠.
가령, 전사 조직문화와 일 방식을 담당하는 구성원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는 여러 부서 인터뷰를 통해 공통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회의가 너무 많고, 회의 후에도 결정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같은 논의가 반복된다는 건데요. 그래서 ‘회의 문화 개선’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어떤 고민을 더해야 ‘거부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까요? 여기 4가지 질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사실 확인: 무슨 일이 발생했고 어떤 영향이 있었는가?
아이디어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문제가 곧 증거는 아닙니다. “회의가 너무 많습니다”, “구성원들이 힘들어합니다”라는 말은 공감은 얻을 수 있지만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얘기죠. 리더가 알고 싶은 것은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일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사실 확인’이 필요합니다. 실제 구성원들이 회의에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회의 후 결정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재논의가 발생한 사례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문제’ 자체가 성립이 됩니다.

#2. 대안 탐색: 다른 해결 방법은 없는가?
문제가 확실하다고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면 누구든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왜 꼭 그 방법이어야 하지?” 회의 문화 개선을 위해 처음부터 “AI 회의록 도구를 전사 도입해야 합니다”라고 결론짓지 말라는 겁니다. 회의 시간을 줄이는 캠페인, 회의 전 사전 공유 템플릿의 도입, AI 회의록 활용이라는 세 가지 대안 정도를 비교해 볼 수 있겠죠. 캠페인은 빠르게 시작할 수 있지만 지속성이 약하고, 템플릿은 회의 준비 수준을 높일 수 있지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AI 회의록 툴은 편리하지만 비용과 보안 검토가 필요합니다. 어떤가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 훨씬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검토할 수 있을 겁니다.

#3. 실행 준비: 가장 먼저 실행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조직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보류되는 이유는 첫걸음이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좋은 말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언제 누가 무엇부터 할 것인가?”를 궁금해합니다. 회의 문화 개선 제안도 처음부터 전사 적용을 목표로 하면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전사 도입’이 아니라 ‘파일럿 방식’이라는 현실적인 제안이 가능하겠죠. 예를 들어 회의가 많은 2~3개 팀을 대상으로 4주 파일럿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모든 회의가 아니라 정기회의와 프로젝트 회의 일부에만 적용할 수도 있죠. 이러면 리더는 어느 정도 부담을 덜고 “검증해보자”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4. 의미 추구: 조직의 중요한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조직에는 언제나 많은 과제가 있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아이디어를 들을 때 “지금 중요한가?”를 봅니다. 아무리 괜찮은 제안이라도 조직의 우선순위와 연결되지 않으면 뒤로 밀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회의 문화 개선의 경우 단순히 회의를 줄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일방식 개선으로서, 올해 회사의 핵심 목표인 빠른 실행과 맥을 같이 합니다."라고 말하면 이 아이디어는 '괜찮은' 제안에서 ‘필요한’ 제안으로 바뀌게 되겠죠.
조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번뜩임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4가지 질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내 아이디어가 리더로부터 자꾸 거부당한다면 먼저 스스로 질문을 해보세요. 내 아이디어는 리더가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가? 즉, 문제의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가? 다른 대안과 비교했는가? 작게 시작할 방법이 있는가? 조직의 목표와 연결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을 때 아이디어는 단순한 제안을 넘어 변화의 출발점이 됩니다.
HSG휴먼솔루션그룹 조미나 소장, 김미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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