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경력’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경력(연차)은 쌓였지만 커리어(실력) 성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저 물경력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고민 상담글이 종종 올라오기도 하죠. 모두가 직장에서 같은 시간 동안 바쁘게 일하는데 왜 누군가는 전문가가 되고 누군가는 ‘물경력’이 되는 걸까요? 그리고 물경력이 아닌, 진짜 나의 실력을 쌓는 시간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장의 밀도’를 높여야 실력이 큰다!
업무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은 ‘성장의 밀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혹시 데이식스(DAY6)라는 밴드를 아시나요? 발표한 지 6년이 넘은 곡들로 역주행을 하고 있는 데뷔 10년 차 그룹입니다. 이들은 ‘기회는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온다’는 말에 꼭 맞는 그룹인데요.
데이식스는 다른 밴드와 다르게 악기 전문가들이 모여 결성된 밴드가 아니였습니다. 그들은 ‘데뷔를 위해’ 악기 연주와 곡 만들기를 시작했고 데뷔 무대는 힘들게 만들어졌습니다. 데뷔 후에도 곡 만들기를 하나씩 배워야 했고, 악기 연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보컬 실력도 키워야 했죠. 심지어 악기와 보컬을 함께 해야 하는 밴드 특성 때문에 악보에 가사와 악기 코드를 함께 적어서 하루에도 열 시간 이상 연습해 왔다고 합니다. 눈을 감고 건반을 칠 수 있을 정도로요.
이렇게 이들은 10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몸으로 겪어 내면서 견뎠고 누구보다 밀도 있게 성장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쌓여 작사, 작곡, 연주, 보컬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실력파 그룹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죠. 만약 다른 사람이 기획해 주는 대로, 회사에서 정해준 곡만을 받아 수동적으로 활동했다면 이들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을 겁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나의 성장 밀도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저도 성장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요. 팀장님이 기회를 주지 않으세요’란 불만을 갖는 구성원들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두 가지만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는 주도적으로 일하기입니다.
늘 반복적인 업무를 해 성장 기회가 없다면, 업무를 하는 방법이나 프로세스 등에서 개선점을 찾아보는 겁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실행하는 시간을 줄일 수는 없을까? 또는 같은 시간을 들여 더 높은 성과를 얻으려면 뭘 더 하면 좋을까?’란 고민을 하고 실행해 보는 겁니다. 일하는 방식과 성과 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들이 쌓여 나의 전문성을 키워 줍니다. 또한, 장애물을 만났을 때에도 성장 기회는 있습니다.
수동적인 사람들은 장애물이 생겼을 때 리더에게 해결을 위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지 말고 이것을 뚫고 지나갈지, 적절히 높이를 조절하며 지나갈지 아니면 피해 갈 것인지를 고민해 본다면, 결정 감각을 높여갈 수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확장하면 나만의 업무에서만이 아니라 팀 전체, 회사 전체까지 시야가 넓어집니다.
‘우리 팀이 성과를 더 내려면 이런 걸 더 해보면 어떨까? 우리 회사는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 고객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 같은데?’라는 고민까지 할 수 있게 되죠. 어제 보다 하나라도 다른 걸 찾아보자는 마음, 결국 이런 것들이 쌓여 나의 실력이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시행착오 속에서 성장하기입니다.
시행착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얻는 성취를 뜻합니다. K-직장인들은 ‘못한다’, ‘모른다’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런 말이 나를 실력 없는 저성과자로 보이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런 태도는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습니다.
와튼 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히든 포텐셜』에서 실수를 할수록 더 빨리 터득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언어를 배울 때에도 내 실력이 완벽하지 않아도, 설령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지라도 일단 말로 뱉어 보고 ‘그 발음은 잘못됐어’와 같은 상대방의 피드백을 들어야 훨씬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업무에서 시행착오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무작정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는 건 어렵습니다. 회사에서도 반기지 않을 수도 있고요. 대신 내 업무를 깊이 들여다보며 시행착오가 가능한 영역을 찾아보세요. 업무 대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쓸 때 기존의 포맷에 의존해서 써 왔다면 새로운 구조와 전개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또는 기존과는 다른 근거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있고요, 반대로 길게 써 왔던 보고서를 한 페이지로 축약해 볼 수도 있겠죠? 이런 시도를 통해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남들과는 다르게 성장 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다고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닌데, 대충 하자’와 같은 마인드는 당장은 나를 편하게 만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경력을 만듭니다. 누구를 위해, 보상을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해 스마트하게 일하는 게 중요합니다. 애덤 그랜트는 성장을 예측하려면 성과의 결과보다 성장의 궤적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능력이 얼마나 향상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나의 업무 전문성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까지 나의 성장 궤적을 한 번 그려 보세요. 업무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역량은 무엇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체크한 후, 앞으로 더 멀리 가려면 어떻게 나의 성장 밀도를 높일지 계획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
HSG휴먼솔루션그룹 조미나 소장, 김예슬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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