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걸 지금 주면 어떡하지? 내가 분명 데드라인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는데…’
‘어떻게 저 사람은 이렇게밖에 못했을까? 고민을 안 한 건가, 아님 역량이 이것 밖에 안 되는 건가?’
일을 하다 보면 동료에게 화가 나는 상황이 꽤 있습니다. 상대가 업무 일정을 못 맞추거나 작업한 결과물의 퀄리티가 좋지 않을 때가 흔한 경우죠. 하지만 화가 난다고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 화가 더 큰 화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화를 표출해도 화는 사라지지 않고 상대가 잘못한 일이 계속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나서 화가 증폭이 된다고 합니다. 이를 가리켜 '촉발사고'라고 하죠. 화를 내다가 “지난번에도 이랬던 거 같은데…”라는 말로 이어지게 되는 경험을 떠올려 본다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죠. 어찌 됐건 내 입장에서는 상대의 부당함에 대한 반응이었는데 화가 증폭이 되어 마치 분노조절장애 환자처럼 보이게 되는 상황이 되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없을 텐데요. 그럼 어떻게 해야 스마트하게 내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제일 먼저 기억해야 되는 부분은, 분노는 ‘욕구의 좌절’이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즉 내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 화입니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했을까?’ 혹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밖에 못할까?’와 같이 내 탓, 남 탓을 하는 데 온통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죠. 차근차근 상황을 분석하는 일보다 사람을 탓하는 게 더 쉽고 빠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좌절된 욕구가 해결되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탓을 하지 말고 좌절된 욕구에 집중한다’라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입니다.
실제 분노라는 감정에 맞닥뜨렸을 때는 3단계의 행동수칙을 적용해 보기 바랍니다. 첫째, 멈추기 단계입니다. 분노를 컨트롤하는 첫 단추로써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놀람, 화, 짜증이 발생하게 되면 소근육이 먼저 반응을 하게 됩니다. 머리털이 쭈뼛 서거나 눈이 휘둥그레지고 안면이 실룩실룩 움직이죠. 이런 반응이 나타나기까지는 1초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거의 반사적인 반응이라는 거죠. 이 반응은 내가 조절하기 쉽지 않지만 크게 문제가 될 상황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상대에게 삿대질을 하거나 폭언, 혹은 행패를 부리는 대근육 반응이 이뤄지기까지는 5~6초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 시간 동안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감정은 선택할 수 없지만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은 이처럼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인 거죠. 그래서 이 6초의 시간이 중요합니다. 이때 취할 수 있는 선택으로 전문가들이 권하는 가장 효과적인 선택은 바로 심호흡입니다. 심호흡을 통해 혈중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두뇌는 신체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인지하고는 온몸에 ‘이완’ 명령을 내린다고 하죠. 이렇게 돼야 뇌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둘째 단계는 생각 단계입니다. 상대는 어떤 난처한 상황에 처했길래 이런 결과를 초래했을까 하고 ‘의도적으로’ 생각해 보는 겁니다. ‘빨리 잘해주고 싶었지만 이런 이런 상황이 있었겠지. 본인도 힘들었겠다’라고 상대에게 연민의 감정을 가져보는 건데요.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상대를 ‘탓’ 하지 않는 ‘비폭력’ 대화를 하기 위함이죠.
마지막 셋째, 소통하기 단계를 통해 내 좌절된 욕구에 대해 얘기하는 겁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사람은 부정편향이 있어서 ‘원하지 않은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말을 할 때 ‘일정이 너무 늦어서’, ‘결과물이 이런 이런 게 빠져서’ 등으로 말을 하게 되면 상대는 방어본능이 먼저 작동을 하게 돼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만 찾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난 OO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해내고 싶다’와 같이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말하고 ‘다음엔 일정이 지켜지기를, 그리고 요구했던 사항에 다 맞춰진 결과물을 건네 받을 수 있기를’ 요청하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입니다.
어떤가요?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해야 하는 거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면 이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내가 수시로 부적절하게 화는 내는 것 같다’ ‘내 분노가 나의 행복과 역량 발휘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또 ‘나의 사회적 역할과 대인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반드시 시도해보셨으면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으니까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미나 소장, 김미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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