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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척해. 그게 도와드리는 거야.”

A물산 김 차장의 타박에도 눈치 없는 박 대리는 김 상무 방 앞을 왔다 갔다하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엿듣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가끔씩 들려오는 김 상무의 호통소리~ 오늘 김 상무가 아예 작정을 했나 봅니다. 밥 뜸 들기도 전에 벌컥벌컥 솥뚜껑 열어제끼는 김 상무의 급한 성격이 돌다리도 손가락 부러지게 두드리며 건너야 하는 윤 팀장의 꼼꼼함을 참지 못하고 드디어 폭발했습니다. 업무 스타일이 어찌 이리 다를까요? 중간에 팀원들만 죽어나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팀장을 대놓고 욕하는 임원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까부터 온갖 동물 출몰하는 막말 외에 정작 둘이 나누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아 답답해 미치는 박 대리는 아예 임원 실 방문에 귀를 들러 붙인 형상이네요. 

 

“회의 합시다” 윤 팀장 바로 아래 김 차장이 수첩을 들고 일어납니다. 팀원들 전원 회의 소집해서 멀쩡히 옆에 있는 회의실 놔두고 아래층 회의실로 서둘러갑니다. 어차피 작정한 소동이고 일찍 끝날 것 같지 않으니 김 차장은 팀원들을 전부 데리고 사무실을 비웠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 판국에 무슨 회의를 합니까? 아주 팀이 공중분해 되게 생겼는데요?”

그래도 김 차장은 묵묵부답입니다.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마흔이 넘어 임원한테 온갖 소리 듣고 그 방을 나왔을 때 팀원들이 그 소동을 직접 다 듣지 않았다는 걸 윤 팀장에게 보여 주는 게 목적일 뿐입니다.

 

일부러 모른 척 해주는 것. 그게 배려일 때가 있습니다. 사무실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차라리 위로가 된다는 걸 김 차장은 잘 알고 있는 거죠. “아니 이럴 수가 있나요???“라며 같이 흥분하는 것보다 더 고마운 부하직원의 배려입니다. 

 

이제는 리더십을 이야기하기보다는 팔로워십을 이야기하는 시대입니다. 그게 더 중요하고 더 큰 역할을 하죠. 팔로워가 리더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리더를 만드는 팔로워는 또다시 유능한 리더가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A물산 구매 팀의 김 대리. 요즘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조직개편으로 팀별 슬림화 작업이 진행되는 중입니다. 당연히 자신은 김 팀장과 영원히 함께 할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건 무슨 날벼락입니까? 생뚱맞은 영업팀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팀장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지? 팀장 모든 개인사에 내가 들인 공이 얼마인데.. 나처럼 충성스러운 사람이 어디 있다고...’  

상사의 마음을 읽는 배려 외에 팔로워십의 또 다른 요건은 무엇일까요? 최고의 업무능력을  보여주는 겁니다. 회사는 가족도 친구도 아닙니다.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이익 집단입니다. 그래서 리더 입장으로는 마음을 잘 알아주고 충성심도 높지만 무능한 직원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함께 늦은 밤까지 술 마시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쳐봐야 일 못하면 남보다 못한 사람 되는 이유입니다.

 


상사에 대해 마음 깊은 배려, 업무능력 이외에 산뜻한 팔로워십의 조건을 한 가지만 더 얹어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정보력입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일을 잘한다는 건 기본, 거기에 다른 카드가 있어야 리더를 뒷받침하는데 경쟁력 있는 부하직원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4050의 중년 리더들에게 가장 취약한 것이 뭘까요? 바로 90년대생의 생각, 가치입니다. 또 올해의 트렌드, 최신 핫 이슈, 신조어, 핫 플레이스에 대한 따끈한 정보를 꼰대 세대들은 잘 알 수 없죠. 관심은 있으나 정보가 취약한 분야를 공략하세요. 리더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정보를 갖고 있다면 당신의 팔로워십은 더 빛을 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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